
나쁜 아빠의 반성문으로 쓰는 홋카이도 여행기 7
홋카이도 여행 : 백색의 연인! 시로이 고이비또를 만나러 지금 갑니다. (6월 6일 셋째 날)
아침에 눈을 떴다. 홋카이도에서 두 번째 맞이하는 아침이다. 눈을 뜬 후 우리 집이 아닌 다른 나라에 와 있다는 것을 알아 차렸을 때 기분이 묘하다. 늘 그렇듯이 새벽에는 나만 깨어난다. 여행 중에는 늘 4~5시에 기상을 하는 것이 나의 못된 버릇이다.
오늘 하루도 알찬 하루를 보내야 할텐데….기대보다도 걱정으로 시작을 한다.
아메가 후리마시다!. 일기 예보는 봤지만 창밖에는 비가 내리니 마음이 착잡했다. 곤히 잠들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초등학교 사내놈들이 자는 모습이란 ~) 이 비를 뚫고 여행을 어떻게 다녀야 하는 지 머리는 생각이 많아 지고 마음이 무겁다. 여행을 오거나 출장을 오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늘 새벽 산책을 가곤 했다. 이렇게 좋은 산책 코스를 가진 죠잔케이인데 비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다시 한번 원천공원에 가거나 시간이 되면 어제 못했던 북쪽의 산책길을 가고 싶었는데…
출장을 가서도 일찍 일어나는 버릇 때문에 혼자 새벽 산책을 나가곤 했다. (일본이 해도 빨리 뜨니..) 한 번은 신주쿠에서 산책할 때 까마귀 응가 때문에 무지 놀란 것이 있다. 여기 저기 상당한 양을 만들어 놓아서리… 실제 위에서 쏟아지는 것을 보았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가게 주인들이 물로 재빨리 청소를 해서 그런지 아침이 되면 늘 깨끗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일단, 한 가지 계획은 정해 졌다. 서둘러 나가지 말고 10시 셔틀을 타고 가기로 했다. 시간은 아깝지만 비 속에 강행군을 해야하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아직 풀장이 있는 대욕장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8시 넘으면 온천을 시킬 것이다. 물론 이로써 2250엔이 절약된다. (나쁜 아빠~~)
대욕장의 남탕은 8시 이후에나 가능하니, 천천히 아침먹고 온천에서 놀기로 결정하니 마음이 편하다. TV를 켠다. 날씨가 중요하니 계속 모니터 할 필요가 있다. 제발 오후에는 비가 그쳐 주었으면…
7 시가 조금 넘어 아침식사를 하기 위하여 나섰다. 룸에는 샤워 시설이나 욕조가 없으니 세면은 간단하게, 식사 장소는 엊저녁과 동일한 2 층 식당이다. 정말 학교 구내 식당과 똑같이 크고 시설도 딱 그 수준이다. 한 쪽에 무대가 있는 것을 보니 가끔 공연도 하나 보다.
음식은 만족스럽다. 밥이 일반 쌀과 북해도 쌀로 나눠 있는 것이 신기했고 일본식 젓갈이나 소소한 반찬, 미소국 등으로 아침을 먹는다. (여기는 북해도 산이라고 꼭 표시를 해 놓는다. 이렇게 되면 언제 내가 또 오려나 하는 생각에 븍해도 산은 한 점씩이라도 꼭 챙겨 먹게 된다.) 큰 녀석은 역시 빵, 작은 녀석은 젤리가 맛있다고 다섯 개나 먹었다. (조그만 젤리 종지 다섯 개로 탑을 쌓는다. 즐거운 인생을 소유한 녀석~~~~)
나는 일부러 접시에 예쁘게 담아 사진을 찍어 본다. 여자아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유가 생기니 이것도 하나의 놀이가 된다. 하긴 예쁜 것 되게 좋아한다. 나중에 집에 와서 각자의 접시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뭐는 맛있었고 뭐는 …. (그 때는 음식 사진을 찍는 것이 흔하지 않았죠! 휴대폰 성능도 나빠서 카메라로 찍어야 했을 때니.)

방으로 돌아와서는 아이들에게 일기를 쓰게 했다. 작은 녀석은 일부러인지 모르지만 일기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해서 수첩에 쓰게 하니, 대강 쓰려다 역시 엄마와 한판 붙고 울며 여행을 정리했다. 보통 사진 외에는 아무 자료를 남기지 않지만, 나는 철처하게 그 날 사용한 비용을 정리한다. 그러고 보니 아내는 여행지 팜플렛이나 자료들은 정리한다. 왜? 아이들 숙제를 해야 하니까! 여행에서 돌아와서 보고서 쓰는데, 작은 아이를 야단쳐가며, 네 식구가 12시까지 보고서를 만들었다. 왜 이래야 할까?
이번에는 일부러 아이들만 미리 온천으로 보내 봤다. 한 번도 아이들을 떼어 놓은 적이 없는데 온천호텔 안에서야 무슨 문제가 있으랴. 큰 녀석이 있으니 작은 아이는 돌 볼 것이다. 아빠의 큰아들에 대한 믿음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어떨 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의 목욕탕에서도 아이들끼리 잘 노니, 때 밀어주는 것 외에는 나머지는 간섭없이 편안히 쉬며 목욕을 즐길 수 있다.
아내는 온천은 안하고 천천히 더 쉬다 외출 준비하고 있겠단다. 온천이 좋다 해도 자유니 더 더이상 권하지는 않는다. 본전 생각은 났지만, 아마도 씻고 머리를 말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러나 보다.
천천히 탕에 내려가니 우리 아이들 밖에 없다. 작은 녀석을 풀장을 전세내어 신나게 놀고, 큰 녀석은 뜨겁지 않은 곳만 골라 온천을 즐기고 있다. 사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쿠로카와에서 본 온천같이 진짜 노천탕이 있었으면 하는 거다. 크기와 상관없이 운치있는 바위에 둘러쌓인 온천이였다면 좋았을 텐데… 물론 아이들은 맘대로 놀 수 있는 이런 목욕탕이 좋을 수도 있다.
2박 3일간 다섯번 온천을 했는데 느낌은 확실히 좋았다. 얼굴에 흐르던 개기름의 성분이 바뀐 것 같았다. 끈적이지도 안고 얼굴이 수분을 머금고 있는 그런 느낌이 2,3일은 더 간 것 같다. 이래서 사람들이 온천을 찾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 전에 프론트에서 우산을 빌릴 수 있는 지 물었더니, 삿포로 관광이냐고 다시 묻는다. 오타루까지 갈거라 했더니 우산대에서 우산을 가져가도 된다고 한다. 사실 우산을 사면 아이들이 망가뜨려서, (칼싸움 하나 보다!) 살까도 했는데 시간 절약을 핑계로 하나 씩 골라서 셔틀에 탔다.
우리가 온천을 즐기고 있을 때, 우리 방에 메이드(?)들이 쳐들어 와서 아내가 놀랐다고 한다. 일본어를 모르니 난감했고 그냥 수건과 유카다등 용품만 받아 놨다. (10시경에 청소하러 온다더니, 너무 빨리 온 거 아냐?) 그래서 일부러 외출시 프론트에 우리방 청소를 부탁해 놓았다. 아내 입장에도 호텔의 좋은 점이 외출 후 돌아왔을 때 깨끗하게 정리된 방이었는데… 그런데 내 말이 허공으로 사라졌나 보다. 돌아왔을 때 나간 상태 고대로 있.었.다! 밤 10시 가까이 됐는데 프론트에 따질 수도 없고, 아내가 온천을 하러 간 사이, 아빠와 아들들이 벽장 안에 있던 여분의 시트로 싹 갈아 놓았다. 창찬 받았다.!! 그리고 다음날 방을 나설 때 이불도 개지 않고 그대로 나왔다. 그야말로 소극적인 복수를 하였다!
비오는 길, 오도리 공원을 따라 버스가 올라간다. 소란 마츠리가 얼마나 큰 축제인지 비가 오는데 무대며, 객석이며, 천막 등을 아침부터 만들고 있다. NHK 빌딩 앞에 내리니 우산이 없는 승객들을 비를 맞으며 뛰어 간다. 우리(남자 셋)는 각자가 고른 우산이 얼마나 좋은 지 서로 자랑하며 유유히 걸었다. (정말 아동틱하지 않는가? 내 우산은 수동이였는데…)
지하철 오도리 역에서 아이들 1일 승차권을 끊는다. 각각 자기의 승차권을 뽑았다. (이것도 좋은 기념품이 될 거라 생각한다. 후쿠오카에서는 버스 정리권의 번호를 다 뽑아 숫자를 보며 장난 치기도 했던 놈들이라….)
오늘의 첫번째 목적지는 이시야 초컬릿 공장, 다른 말로는 시로이 고이비또 파크이다. 입장료 때문에 제외(참 나쁜 아빠!) 했었는데 아내가 가자고 한다. 마누라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했으니 따르는 게 상책이다. 아내는 거의 의견없이 따라오다가 내가 이렇게 한심한 짓거리를 하면 가끔 한번 씩 바로 잡아 주신다.
시로이 고이비또(Shiroi Koibito)는 백색의 연인이라는 뜻을 가진 이시야의 화이트 초콜릿 샌드이다. 맛있고 유명해서 삿포로에 가면 기념품처럼 가져오는 제품이다.
결론은 정말 오기를 잘했다. 비가 오는데 실내라는 것도 유리했고 사진을 찍거나 전시물을 보고, 견학을 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는 좋은 관광 장소였다. 그리고 떡 대신 초컬릿 과자가 생겼다. 입장시 시로이 고이비또를 1개씩 나눠준다. 그것을 먹으면 꼭 사야한다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역에서 계단을 올라와 바로 유턴해서 큰 사거리까지 올라와 길건너 우측으로 가면 된다. 어렵지만 지하철 역을 나오면 약도가 있다. 처음 만나는 문이 직원 출입구인데 이것도 예뻐서 정문인 줄 알았다. 직원 출입문 조금 더 올라가면 더 예쁜 문이 있다. 바람이 거세서 접는 우산(집에서 가져간 아내의 것인데, 동경 우에노 시장에서 산 것이다.)이 확 뒤집어 졌다. 작은 놈은 일부러 자기 우산을 뒤집고 멋있다고 연신 외친다.
비바람을 뚫고 목적지에 도달하니 모두가 다 이쁘다. 작은 집이며 정원이며, 반대편에는 온실이나 시계탑 등도 있어 보이고 (약간 방향이 의심스럽지만) 사진 찍기 한없이 좋은 곳이다. 초컬릿 잔, 포스터, 광고와 홀로그램으로 만든 쵸컬릿 제조 방법 등의 전시된 장소를 지나면, 실제 시로이 고이비또를 만드는 공장 라인을 볼 수 있다. 감탄할 만한 것은 그 라인이 유리를 통해 아래 쪽으로 볼 수 있는데, 그 위쪽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미지들로 장식을 하고, 기둥에는 구경하는 우리 모습과 배경을 합성하여 보여 주는 스크린(뭐, 조금 많이 부족한 효과지만)이 있다. 만약 초록색 옷을 입고 갔다면 몸은 없고 얼굴과 팔만 있는 요정을 만날 수 있으리라. (크로마키 효과!) 작은 놈이 초록색 바탕에 한글로 ‘하나님 사랑해요‘ 라는 작년 여름성경학교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질문한다. 아래서 일하는 사람들이 하나 씩 까먹어도 모르냐고… 유쾌한 녀셕들!

꼭대기 층을 올라가면 멋진 카페가 등장한다. 밑으로는 정원(?)과 축구장이 보이고 바로 옆으로는 귀여운 시계탑이 보인다. 운 좋게 창가에 자리 잡아 아이들에게 케익을 하나씩 사주었다. 종류도 다양하고 사진만 봐도 맛있을 것처럼 보이는 케익이 많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 한국의 케익 전문점에서 조각 케익을 사먹을 돈이면 충분하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아내에게는 가장 싼!, 그렇지만 홋카이도에서 가장 많이 먹었던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단지, 르 타오와는 달리 맨 밑까지 아이스크림이 꽉 차있지 않았다. 르 타오 아이스크림의 위대함은 맛도, 양도 최고이다.
내려오는 코스도 오래된 장난감등을 전시해 놓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헤이리에 가면 장난감 박물관이라고 하여 2~3000원씩 받는 곳을 생각하면 쵸컬릿공장은 전혀 비싸지 않다는 느낌이다. 일단 시로이 고이비또는 먹었을 수 있으니… 맨 아래로 나오면 시로이 고이비또가 가득하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쇼핑을 하는 것 같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같은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한 개에 약 50 엔 꼴이니 싼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국내의 쿠크다스와 비슷하다는 것은 구성뿐일 거다. 과자 두 개 사이에 화이트 쵸컬릿…. 맛, 양, 질감 그리고 가격 모두 차이가 난다. 과자는 부드럽지만 바삭하고 고소하며, 잘 구워졌다는 느낌이 혀와 입안에 가득하다. 그 사이에 과자가 작다고 삐쳐 나온 정확한 정사각형의 화이트 쵸컬릿! 전혀 역하게 달지 않고 부드럽고 개운하다. 보통은 샌드를 분리해야 그 내용물이 뭔지를 알 수 있는데 두툼하고, 과자보다는 커다란 쵸컬릿이 마치 슬라이스 치즈 모양으로 중심을 잘 잡아 준다.
그렇지만 그것을 우리는 거기서 사지 않았다. (쫀존해서가 가니라, 비도 오고 상자를 들고 다녀야 하기에…)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보면 어디가 특별히 싸다고 했지만, 어디를 가나 가격은 동일했다. 단지, 우리는 출발 직전에 면세점에서 샀기에 소비세는 절약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면세점에는 1,200엔짜리 1종류만 팔고 있으니 이점은 참고하기길 바란다.
이시야 초컬릿 공장은 도자이센 서쪽 마지막 역인 미야노사와 역에서 10분쯤 걸어가면 된다. 어른의 입장료가 비싸니 시로이 고이비또를 두개 주면 좋겠다. 시로이 고이비또를 절대 사지 않겠다는 사람은 귀국 비행기에서 뜯어 드시기를 바란다. 보통 사람이라면 한 번 먹어 보면 사지 않을 수 없는 맛이라고 생각한다.
홈페이지 : http://www.shiroikoibito.ishiya.co.jp/
오전까지는 그럭저럭 성공했습니다.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초컬릿 공장은 괜찮은 선택이였습니다. 홋카이도는 다시 갈 수 있다면 길게 갔으면 좋겠습니다. 천천히 하나하나 봐야 할 곳이 너무 많습니다. 신기한 것은 시로이 고이비또를 밴쿠버 T & T에서 가끔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너무 신기하지요? 여행 후 십 수년이 지나도 사랑을 받는 초컬릿 샌드인 것 같습니다.
지금 T & T에 가보니 있네요! 가격이 꽤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