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여행 이야기 (아날로그 여행)

나쁜 아빠의 반성문으로 쓰는 홋카이도 여행기 12 – 마지막

나쁜 아빠의 홋카이도 여행기,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노고지리(?) 대신에 까마귀가 울었겠지만 오랫만에  맑은 아침을 맞이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커튼을 여니 눈앞에는 초록빛 스키장과  리프트가 눈에 먼저 들어오고, 주차장에 커다란 버스들 사이에 예쁘게 주차된 일본 한정판 애마 ‘검은색 Vitz’가 늠름하게 버티고 있다. 맑은 하늘에 공기 좋은 장소를 오늘 떠나야 하지만, 홋카이도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이 개인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되는 것이다. 

방에 욕실과 화장실이 없어 복도 한쪽에 공동세면대가 마련되어 있다. 우리 방 바로 옆이 세면대라 인기척이 없을 때 살짝 나가서 세수를 했다. 세면대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큰 거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네,다섯개를 늘어놓으니 미용실 분위기가 난다. 뭐 필요하다면 24시간 개방된 준천연온천에서 씻고 와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일본에서 마지막 식사를 했다. 여행을 오면 이제 며칠이 남았구나 하고 세는 것이 아니라, 아 이제 몇 끼를 먹었고, 몇 끼가 남았구나 하고 센다. 그것이 더 세밀하게 여행의 일정을 체크하고 식사에 정성을 가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은 여행 기간을 조금 더 길게 보이게 하는 장점이 있다!) 기대를 하지 않은 식사였다. 허름한 숙소에서 단체 식당에서 주는 음식은 특별한 것이 없으리라는 예상과 같이 역시 화려하지 않은 음식을 받았다. 밥과 미소 시루, 생선을 비롯한 반찬 몇 가지와 날계란, 이런 음식이 사실 부담이 없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밥을 몇 번이나 더 먹을 수 있었다.  

후라노 북성장의 아침 식사

식당에는 버스 기사와 안내양들이 가득하다. 자주 들리는 곳인지 인사하고 먹고 치우는 것을 능숙하게 한다. 커피는 원두로 셀프로 가져다 먹는데, 아이들이 있으니  주방 아줌마가 주스를 주신다. 이런 것을 보면 시골 민박과 같은 느낌이 든다. 5월초에 전주 한옥마을로 가족 여행을 갔었다. 양사재라는 한옥에서 하루를 묶었는데,  그 곳을 선택한 이유는 차와 아침 식사가 무료로 제공된다는 것이었다. 식사에 대하여 미리 전화로 문의를 했는데, 답은 별로 기대할 것이 별로 없고 그냥 보통 아침 식사 수준이다 라고 했다. 그때 받은 밥상이 콩나물국에 생선, 젓갈과 나물 등으로 차려진 소박한 밥상이였는데, 전주에서 먹은 어떤 식사보다도 맛있고 깨끗했다. 정말 좋은 인상을 심어준 식사였었다. 북성장에서의 아침 식사가 맛은 전주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분위기는 매우  비슷했다. 소박한 식사 이런 것이 어쩌면 뷔페 음식보다 내게 필요할 지 모른다. (현재 내 배를 보며 이야기 하는 것이다.) 우리 부부에게 만족한 식사지만 아이들은 별로?  

모든 짐을 챙겨 들고 나와 스키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큰 녀석 2학년  때에 유후인을 데려갔을 때를 생각해보면 얼마나 아이들이 성장을 했는가? 조그만  아이들이 이렇게 성장해서 짐도 들고, 밤에는 피곤한 아빠, 엄마 안마도 해준다. (나쁜  아빠의 좋은 아이들!이제 내년이면 큰 녀석은 소인이 아니다. 즉, 모든 여행에서 성인 요금을 내야 한다. 중학교에 가면 여행할 시간도 충분히 낼 지 모르겠다. 이런 아쉬움에 이번 여행이 과연 큰 녀석의 초등학교 마지막 여행이 될 수도 있을까?  

첫 목적지는 닝그루테라스였다. 숲숙의 쇼핑가로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시간이 되지 않아 포기했었다 그런데 가족들이 너무 협조를 잘해줘서 오늘 일정에 집어 넣을 수 있었다.  문을 열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지만 근처까지라도 가 보고 싶어 차를 그리로 몰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전혀 보지 못했다. 문 닫은 가게들이라도 보고 싶었는데.. 입구에서부터  막는다. 개방 시간도 12시부터 9시까지니! (이럴 줄 알았으면 전날 저녁을 먹고 올 것을, 사전 준비를 소홀히 한 결과이다.)  일본 여행은 준비하는 만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한 개라도 더 준비하면 경비를 아끼거나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대신, 신프린스 호텔의  로프웨이를 구경했다. 전날 와인하우스에서 충분히 후라노 전경을 봤으니,  로프웨이는 시간 관계상 포기했지만, (사실 가격이 비싸다!) 이렇게 후라노의 한 장소라도  눈과 카메라에 담아 가는 것이 좋은 수확이라고 생각 한다.

닝그루테라스는 후라노 신프린스호텔에 있는 쿠라모토 소우씨가 후라노를 무대로 드라마를 쓰고  프로듀스한 숲 속의 쇼핑 로드로, 연중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명소다. 숲 속에  있는 15채의 로그 하우스에서, 각각 다른 색과 테마를 갖는 후라노를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작가들이 그들의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오늘 목적지야 비에이의 패치워크노오카 코스겠지만 후라노를 떠나는 것이 너무  아쉬어 가미후라노의 플라워랜드에 들렸다. 거의 개점 시간에 들어갔는데, 역시나 입장요금은 받지 않았다. 이 곳에서도 아쉽지만 후라노의 꽃들은 맘껏 볼 수 없었다. 관광객이야 우리 밖에 없으니 마음대로 사진을 찍었다. 꽃밭을 나는 작은 녀석을 찍고, 관광 트랙터도 마음대로 들어가서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는다. 작은  전망대가 있어 또 한번 경치를 감상하고 청소하고 있는 기념품 센터에 들어 갔다.  많은 제품이 팜 도미타와 비슷했지만, 허브차와 바디클렌져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 선물로 또 산다. 중국말로 인사해서 살짝 기분이 나빴는데, 주인 할머니가 말린 과일도 주시고 면세도 해주셔서 기분 좋게 쇼핑을 할 수 있었다.  

후라노 플라워 랜드의 트랙터
후라노 플라워 랜드의 트랙터, 아직 운행 전이라 탑승도 해 보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플라워 랜드 (http://www.flower-land.co.jp/index2.html) 는  6월부터 9월까지 다양한 종류의 꽃을 감상할 수 있고, 원내에는 트랙터를 타고 전체를 감상, 유람 헬리콥터를 체험, 라벤더 베개를 직접  만드는 체험 등이 있어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장소이다.   단, 입장료가 있다.

이제 정말 마지막 여행 코스로 간다. 아쉬운 후라노를 뒤로하고 비에이를 향했다. 맵코드를 찍은 곳은 비에이역, ‘시키노죠호칸(四季の情報館)’에 가기 위함이다. 사실  비에이 여행은 여기서 시작을 해야 제대로 코스를 잡을 것 같았다. 거의 다 왔을 무렵,  앗! 눈에 보던 나무가 있었다. 주차장에 내려 확인을 하니 켄과 메리 나무였다. 길가에 있는 나무인데, 한 눈에 금방 알아 볼 수 있게 멋있게 서 있었다. 켄과 메리의 나무는 1972년 일본의 자동차 회사 닛산(Nissan)의 ‘스카이라인(スカイライン)’ 자동차 광고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진 것으로 광고의 남여 모델의 이름을 따서 켄과 메리의 나무가 되었다. 

다니는 차도 없어서 대부분 도로에서 사진을 찍는다.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하니 어제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옆에는 팬션이 있고, 입장료 받는 곳이 있어 무엇이 있나 들어가  보았다. (어른 100, 아이 50 엔) 단지 다른 각도에서 나무를 볼 수 있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는데, 쫀쫀한 아빠는 이번 여행이 아쉬워 하나라도 더 보고 싶어 과감히  투자했다. 사실 안에는 역시 꽃이 없는 개화전의 꽃밭이 있었고, 분위기 좋은 카페도 있었다. 입구의 사진에서 본 작은 아들 친구(롤군!)는 어디 갔는지 없어서 아쉬웠고, 한 쪽에서는 켄과 메리 나무가 배경이 된 드라마도 계속 틀어 주고 있었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구릉지가 내려다 보이는 위치에 있던 나무 받침의 그네, 아이들을 타는  동안 마음 껏 사진을 찍었고 기분이 좋아진 우리 부부도 그네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후하노 켄과 메리 나무에서 본 언덕
비에이의 켄과 메리 나무에서 본 언덕 원래는 초록색과 화려한 꽃들의 색으로 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전거 관광객도 보고 트윙클 버스도 보았기에 시키노죠호칸으로 가지 않고 버스를  따라 가기로 했다. 그런데 좁은 길에 속도도 느리고 커브도 잦아 버스를 잃어 버렸다. 그렇지만 멀리 보이는 피라미드 모양의 건물, 호쿠세이 노오카 전망공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역시 자연이 풍부한 구릉과 잘 가꿔진 화단, 전망대에서 멀리 보이는 연봉들을 실컷  구경했다. 여기서 작은 녀석이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화단을 가꾸어 놓았는데 모양이 한반도  모양이었다. 한반도를 알고 있는 작은 녀석도 기특하지만 내 눈에도 한반도 모양이  보이니 기분이 좋았다. 횡단 보도를 걸어서 건너는 까마귀 이후에 최대 발견이였다.  

.후쿠세이노오카 전망공원에서 발견한 한반도

다음은 마일드 세븐 언덕, 이노무 내비 녀석이 구불구불 길을 안내한다. 멀리 언덕과  나무가 보이는 것 같더니 결국 다왔다고 도착을 알리고 멈춘 곳은 아무 것도 없는 길 한 가운데였다. 근처에는 언덕 비스므리한 것도 보이지 않고, 내비 녀석이 정말 성실하지 못하다고 몇 번 화를 내주었다.(사실 목소리가 여자니 녀석이란 호칭은 애매하다.)  오면서 본 것이 분명 마일드 세븐 언덕이 맞다고 우기고 아이들에게도 봤지? 라고  확인하며 (나쁜 아빠!) 이제 비에이를 떠났다. 사실 아이들이야 비에이가 그리 좋을 것을  없을 것같다. 경치나 나무를 볼 뿐인데… 그래도 나는 좋다!  

렌터카를 반납하기 전에 주유를 해야 하는데, 주유소의 셀프라는 팻말에 포기를 했다.(지금은 밴쿠버에서는 셀프가 아니면 오히려 당황하는데… 그 때는 그랬습니다!) 가족들을  공항에 내려주고 입구의 도요타 랜터카로 가서 차를 반납했다. 기름을 안넣어 왔다고 하니 직원이 차를 가져가 기름을 넣어 오고 영수증을 보여준다. 랜터카 주차장안에 주유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조금은 비싸겠지만 시간 관계상 또는 귀차니즘이 있다면 기름을  넣지 않고 반납을 해도 무방하다.  

랜트카에서 공항까지 차로 데려다 주어 가족과 상봉을 했다. 탑승 수속하고 시간이 충분해 상점도 구경했다. 면세점에서 시로이 고이비또를 살 수 있다는 신념하에 참았고, 염가 판매하는 게 통조림은 과연 어떤 것일까 궁금해 하면서도 역시 참았다. 결국 면세점 쇼핑으로 시로이 고이비또를 사서 집으로 가져왔다!

면세점에 서 사온 시로이 고이비또

이렇게  아시아나 기내식, 인천 공항, 수원행 리무진 버스 등 여행 떠났던 길을 되짚어 집으로 돌아왔다. 한국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으나 버스-택시로 바로바로 이어져 우산을 살 필요는 없었다. 여행의 추억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집에 오자마자 일본에서 드리지 못한 예배를 드리러 교회로 갔다. 우리 교회는 저녁예배가 없어 7시 예배가 있는 곳을 찾아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아이들의 처절한 반대를 무릅쓰고 저녁으로 부대찌게를 먹었다. <Fine> 

이제 여행을 또 한번 다녀온 느낌입니다. 여행기를 쓰다 보며 느꼈는데, 정말 조금만 더 준비했으면 더 좋은 일정이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약간 후회스럽기도 하고요. 이래서 여행을 또 다시 가고 싶게 만드는가 봅니다. 오타루는 제대로 한 것이 너무 없어서 아쉬워서, 후라노와 비에는 너무 볼 것이  많았는데 다 못한 것 같아서 아쉽고, 니세코나 다이세츠산, 샤코탄도 꼭 가보고 싶은 장소이기도 한데…   (여행 카페에 여행기를 올렸을 당시의 느낌!)

블로그에 두 번째 여행기를 올리면서 옛날 추억에 빠져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12편이나 되는 긴 글이지만 이 글을 쓰는 동안은 행복했습니다. 사진도 몇 번씩 돌아보며, 혹은 아내와 같이 이야기하며, 여행기를 적어 내려가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홋카이도에서 느꼈던 감정이 밴쿠버에서 많이 중첩이 됩니다. 당시의 와인, 치즈, 화덕 피자가 신기했었는데, 캐나다 밴쿠버에는 너무 흔하고, 셀프 주유도 겁을 냈었는데, 여기는 일상이 되어 버리고, 무엇보다도 그 자연이 좋았었는데, 더 풍부한 자연을 바로 집 앞에 두고 살고 있습니다. 여행기를 쓰고 보니 밴쿠버에 잘 정착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 라멘, 카레, 우동, 초밥은 이 곳에서는 언제든 맛집을 찾아 먹을 수 있는 것이 되었고, 식재료 또한 세계 여러 나라의 것들이 다 구할 수 있어서 일식, 중식 뿐 아니라 스페인, 이태리, 멕시코 음식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도 밴쿠버의 장점입니다. (외식이 비싸서 집에서 해 먹다 보면 솜씨가 늘어납니다!)

꼭 다시 쓰고 싶었던 옛날 여행기, 아날로그  여행기를 이제 마칩니다.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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