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 아빠의 반성문으로 쓰는 홋카이도 여행기 1
다시 정리하는 홋카이도 여행, 긴 여정 동안 제가 얼마나 나쁜 아빠였는지 확인해 보세요
이 여행기는 네이버카페에 2008 년 6 월 11 일부터 7 월 10 일까지 총 13 편으로 나누어 올린 초이스퀘어의 홋카이도 여행기를 수정하여 올린 글입니다.
이제부터 여행기는 일기와 반성문의 형태라 반말로 쓰여져 있습니다. 양해 부탁을 드립니다.
여행 첫날 (6월 4일)
잠을 설치다, 기상부터 공항까지
오늘 출발 때문에 잠을 설쳤다. 채 2 시간도 못 잔 것 같다. 어려서는 여행에 들떠서 잠을 못 이룬다고 하지만 이제 두아이를 둔 아빠인데….
그래도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고 설렌다. 실제 여행보다 더 즐겁고 신난다. 여행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거다. 가성비 좋은 호텔, 맛있는 먹거리, 숨은 명소,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동선과 이동 수단을 발견했을 때의 그 희열!
막상 여행을 시작하면 많은 짐들, 시간 계산, 비용 계산 등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아 피곤하다. 이번 여행은 가족을 모두 데리고 하는 여행이었기에 그 즐거움 보다는 책임감을 많이 느겼나 보다.
그렇지만, 아빠의 체력 때문에 오늘 하루를 망칠 수 있으니, 더 자자!
작은녀석이 우리방으로 왔다. 잠도 덜 깬 얼굴로 “4시에 떠난다매!” 라고 말을 했다. 오늘 새벽 일찍 떠나야 하기에 아이들을 일찍 재우면서 깨울 때 일어나지 못하면 안데려간다고 으름장을 놓았더니 이 녀석도 잠을 못 잤나 보다. 아이를 엄마 옆에 누이며 난 참 못된 아빠라고 생각했다.
가족들이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공항가는 방법을 바꿨다. 9시 비행기, 시간이 부담을 준다. 7시까지 가려면 5시에는 움직여야 했다. 집은 수원 영통, 수원에서는 공항 리무진이 두가지가 있다. 5시 30분에 동수원에서 출발하기로 한 것을 5시 영통으로 변경했다.
버스 한 정거장 거리를 뛰다시피하여 간신히 5시 차를 탔다. 시작부터 시간 압박이 온다. 덕에 동수원까지 가는 택시비는 줄였다. 새벽부터 짐을 들고 뛰어야 했던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드디어 공항에 도착 공항에서 할 일은?
미리 자리도 지정해 놓아서 탑승 수속도 빨리 끝났다. 짐을 부치지 않도록 각자의 가방을 들고 다니면 시간이 절약된다.
돈이 부족할까 만엔을 더 환전했고 늘 배가 고픈 큰녀석에게 햄버거를 사줬다. 키 165cm 에 50Kg 의 초등학교 6학년! 이번 여행의 주인공이다.
올백을 맞으면 노트 PC 를 사주기로 약속했는데, 정말 올백을 받아 왔다. 기뻤지만 당황했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에는 올백이 전교에서 1 명이 있을까 말까했는데 한 반에서 3명이 나왔단다. 약속은 약속이니… 단지 약속했던 노트 PC를 살짝 일본여행으로 바꿨을 뿐이다.
내 의견이 많이 들어갔지만, 이 녀석은 내년부터 어린이 할인이 적용되지 않아 여행 비용이 많이 든다. 한 푼이라도 쌀 때, 여행가야지! 역시 난 나쁜 아빠다.
이제 로밍폰 차례이다. 7 시에 받기로 한 로밍폰을 15 분이 지나서 간신히 받았다.
랜트를 할 계획이라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사용하려고 처음 빌려 본 것이었다. 내 명함에 로밍폰 전화번호를 적어서 100엔과 함께 아이들에게 주었다. 혹시나 부모와 헤어지게 되면 전화하라는 안전장치다. 로밍폰이 있으니 좋다. 삿포로 도착 후 공중전화에서 연습도 시켰다. 다행히 여행이 끝날 때까지 공중전화를 사용할 일은 없었다.
100엔은 나중에 조금 보태서 음료수를 사먹었다. 겁많은 아빠지만 그렇게 많이 나쁜 아빠는 아닌 것 같다. (4 년전에 후쿠오카를 갔을 때는 목걸이 지갑에 내 명함, 작은 아빠 전화번호, 호텔 전화번호등 많은 안전장치를 했었다.)
면세점에서 아내의 화장품과 아이들 선생님 선물을 샀다. (이번에 새로 생긴 S 면세점). 출장시에 면세점을 가지만 정작 나는 살 것이 없다. 담배도 피지 않고 술도 즐기지 않으니 살 만한 것은 없다. 하지만 화장품을 볼 때마다 나이 들어가는 아내의 피부는 지켜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은 늘 했다. 그래서 맘대로 사라고 했는데, 돈 쓸 줄 모르는 아내는 당장 필요한 것 하나만 샀다. 늘 쫀쫀한 남편 때문에 자기에게는 돈 쓸 줄은 정말 모른다. 역시 나쁜 남편이다.
드디어 하늘, 3시간의 비행기 탑승!
비행기를 탔다. 3시간, 그런데 모니터가 없다. 그렇게 많이 비행기를 탔지만 영화를 볼 수 없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짧은 비행시간을 가진 도쿄의 하네다 공항으로 갈 때도 오가며 같은 영화를 두 번에 나누어 보곤 했는데… 영화에 진심인 작은 놈이 슬퍼했다. 그 녀석의 이번 여행 목적은 비행기에서 영화보는 것과 호텔에서 자는 것이었다.
기내식은 아이들은 미리 주문한 차일드 밀을 먹였다. 사이판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간식들이 같이 나오니 챙겨 두었다가 여행 중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아사히카와 공항에 착륙할 때 비행기 창밖의 풍경이 가장 예쁘다고 했다 아마도 그것은 공항 옆이 라벤더 꽃밭으로 유명한 비에이가 있어 아름다운 들판과 꽃밭, 큰 호수 등을 보며 착륙하기 때문일 것이다.
But! 그런데 우리가 본 것은 잘 나누어진 경작지에 초록색아니면 흑색… 그렇다. 아직 라벤다같은 꽃이 피지 않았다. 도착하자마자 수속도 빨리 끝났다. 사람도 없었지만 인천에서 사전 입국심사를 했기에 사진과 지문만 찍었다.
…다음 2편에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