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비에이에 있는 마일드 세븐 언덕
옛날 여행 이야기 (아날로그 여행)

나쁜 아빠의 반성문으로 쓰는 홋카이도 여행기 11

홋카이도 여행,  비에이(美瑛)이 파로라마 로드를 따라 자연을 감상하다!

이제 후라노 지역을 떠나 비에이 지역으로 올라 간다. 원래는 지도를 머리에 넣고 어느 정도 왔는지 계산을 해가며 운전을 해야 하는데, 내비를 사용하면 아무 생각 없이 내비의 지시에만 따르는 기사간 된 기분이라 운전 자체는 영 재미가 없다. 다음에 온다면 내비를 끄고 한번 운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에이는 원래 2개의 코스가 있다. 남쪽의 파노라마 로드 코스와 북쪽의 패치워크  노오카 코스! 렌터카를 이용했기 때문에 패치워크 노오카는 내일 공항에 가면서 들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파노라마 로드 중심으로 코스를 짰다.  

첫 번째는 사계체의 언덕(시키사이 노오카)이다. 여행기와 사진에서 많이 본 둥근 짚 인형(이름이 뭘까?) 우리를 제일 먼저 반겨 주었다. 우리는 이 녀석을 편하게 작은 아이의 친구라고 칭하며 불렀다. 여기에도 XX 의 친구가 있네 하면서 말이다. 이러면 친구 동네에 놀러 온 기분이 들어 좋았다.  (이제 이미지 검색에서 그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롤군, 아들 친구 녀석 이름을 17년 만에 불러 보는 군!)  웹사이트 : https://www.shikisainooka.jp/kr/

비에이 사계체의 언덕 롤군
짚단 인형은 일본어로 ‘牧草ロール人形(마쿠소-로루 닌교)’ 또는 ‘ロール君(롤군)’우로 뷸라며, 짚 공예의 한 종류입니다.

관광지답게 버스가 많이 있었다. 건물 뒤로 가면 넓은 꽃밭 (활짝 피면 돈을 받을)과 구릉이 멀리까지 보인다. 이 광경을 보러 온 것인데.. 낮은 초록빛 구릉이  마치 부드럽고 커다란 엠보싱처럼 보인다. 물론 시기가 일러 그런지 초록색이 아닌 영향분이 풍족해 보이는 흙빛 구릉도 많이 있었다. 1달만 늦게 왔다면 저 구릉이 초록색이나 노란색, 아니면 내가 알지 못하는 신비로운  색으로 칠해져 있을 것으로 생각하니 약간 아쉬웠지만, 상상속의 여백을 내 나름대로  채우니, 한국화의 멋으로 느껴졌다. 꽃밭에는 아직 지지 않은 봄꽃인지, 서둘러 나온 여름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렬로 나란히 꽃들이 피어 있었고 멀리 산들이 병풍처럼 늘어선 것이 흐린 하늘이지만 장관을 드러내고 있었다.

 비에이는 낮은 구릉과 나무들, 그리고 회색의 길로만 이뤄진 것 같았다. 어쩌다 보니  좁은 산길로만 다니게 되어 이런 모습을 더 많이 봤을 지도 모른다. 집도 없고 험한  산이나 깊은 계곡도 없는 한없이 평화로운, 마치 스퍼프들나 텔레토비들이 돌아다녀야 할, 그런 우리와는 다른 존재들이 살고 있는 곳처럼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신에이노오카 전망 공원이다. 이제 시간이 많이 흘러서 인지, 날이 많이  흐려서 인지, 넓은 주차장에는 우리 말고는 차 한 대가 있었는데, 그 차도 우리가 도착하자 바로  떠나 버렸다. 그 넓은 땅이 모두 우리 것이었다. 가게도 문을 닫아 버린, 주차장과  뒷쪽의 구릉의 파노라마,(그래서 파노라마 로드?) 멀리 보이는 한적한 농가 밖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 도호쿠(동북) 지방과 홋카이도를 통틀어 3번째 큰 도시인  아사히카와를 가까이 두고 있는 이 땅을 이렇게 비워 둔 것은 일본인들의 여유일까? 하는 생각에 부러워진다. 송곳이라도 꽂을 땅이라도 있어야 한다며 마구 개발을 하는 한국보다 땅 덩어리가 넓어서  그럴까?  분명히 꽃밭과 목초지 등으로 개발을 하고 있으면서도 길가에 가게 하나 찾기 어렵다.    

충분히 본 비에이의 경치에 몇 장면을 추가하고 맵코드에 따라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러  갔다. 크리스마스트리! 한마디로 에게!(철자가 맞는지 모르겠지만.)였다. 그 이상은 없다.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사진으로 보았던 것이 아마 최고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다쿠신칸은 문을 닫았을 것이고, 비바우시 소학교는 아쉽지만 배도 고프고, 체크 인도  해야 하기에 후라노로 길을 되짚어 돌아 갔다. 

후라노 히노데공원

그렇지만 후라노의 매력을 놓지기 싫어 가미후라노에 있는 해돋이 공원(히노데  공원)으로 간다. 코스에는 빠져있었지만 시간과 기분에 따라 일정을 바꿀 수 있는 것이 렌터카를 이용하는 장점이 아닐까? 해질녘에 찾아간 해돋이 공원이었지만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로 언덕 끝까지 올라갈 수 있고 올라가는 길에 보라색 꽃이 수줍지만 예쁘게  피어 있었다. 언덕 위에는 사랑의 종(아이노 가네)이 있어서, 후라노의 저녁 시간에 마치  교회 종 치듯 마음껏 울릴 수 있었다. (사실 종소리가 너무 커서, 가까이서 듣는 것은  많이 부담이 되었다.)  하얀 종루와 서양식 종, 뒤로 이어지는 꽃밭 언덕은 후라노의 또 하나의 멋진  경치였다. 만약 햇빛이 부서지고, 새파란 하늘이 배경이었다면…. 이것은 마음속  상상으로 남기자.  

오늘 생각지도 못했던 꽃은 충분하지는 않아도 맘껏 볼 수 있었던 것 같아 여행의 보람을 느꼈다. 사실 꽃 때문에 후라노는 제외하고 비에이만 둘러보려는 계획도 있었는데,  후라노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니 좋다! 쿠로카와, 유후인, 후라노는 여유를 가지고 미음완보(微吟緩步)하며 즐기기에 어느 관광지 보다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누구처럼 유후인에서만 일주일씩 머무른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후라노에서도 계속 느껴진다. 도시를 좋아하지만, 자연의 풍족함과 느껴지는 상쾌감이 말로는 할 수 없다. 눈을 감아도 느낄 수 있는 것이 자연이라는 생각이다.  

자연은 결코 시각 하나로만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자만일 것이다. (찍어 논 사진에 공기와 향기까지 담아올 수 있다면…)  

아이들은? 누군가 내게 질문할 지도 모른다. 이제까지 여행기의 주인공이였던 아이들 이야기가 쑥 빠져 버렸다. 그 만큼 이동 중에는 운전에 신경을 쓰고, 관광지에서는 그  경치에 빠져 아이들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 녀석들이야 앞으로도 맘만 먹으면 올 수 있을 것이지만, 우리는 이것이 마지막일 지도… (이번에는 진짜 나쁜 아빠다.)  

작은 아이는 내비와 노는 것이 좋아서 모든 것을 잊고 조수석에 앉아 ‘멀게, 가깝게’  노래 했다. 차를 더 오래 타고 싶어 하고 밖의 경치 보다는 내비와 있는 시간을 즐거워 했다. 큰 아이는 피곤함과 배고품에 순한 양처럼 사진 모델이 되어 주고, 심부름을 해주고…  그래도 사춘기라 이 경치를 보며 느끼는 것은 있었을 것이다. (정말 여자친구 없나?)  나중에 아내나 여자친구와 이 곳에 오면 아버지와 이 곳에 왔다는 이야기를 하겠지…(흐믓!)    

해가 떨어져서야 오늘의 숙소인 북성장에 도착했다. 주말에 4명이서 저렴하게 묵을 수 있는 곳이 유일하게 이곳이었다. 비에이의 팬션은 가격이 너무 비싸 다음 번으로 (또 간다는  이야기!) 생각하고 여기를 정했다. 방안에 화장실도 없고, 세면대도 없다. 다세대 주택같은 구조로 식당과 공동 목욕탕이 있고 우리 방은 6~7명이 자기에도 충분히 넓은  방이었다. 그래도 차와 과자를 내어 준다. 차와 과자가 들은 찬합은 내가 본 찬합 중에 가장 큰 사이즈였다. 창문을 열면  후라노 스키장 로프웨이가 보이는 경치가 좋을 듯한(겨울에 스키장이 보이는) 방이었다. 아마도 겨울 스키철이 되면 한 달씩 방을 잡고 스키만 타는 족속들이 머물기에 딱 알맞은  숙박업소가 아니었을까 한다.  

후라노 북성장 (스키장 롯지)

주린 배를 잡고 정직촌(라멘을 꼭 먹어야 한다는 사명에)에 갔다. 중국어 메뉴판을  받았다. 우리가 중국 사람으로 보이는 지, 우리말 메뉴판은 없다고 한다. (빈정 상했다.)  이 북쪽까지 중국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후에도 가끔 중국말을 들어야 했다. 나는 라멘세트(쇼유라멘+ 교자, 교자는 큰녀석이 너무 좋아한다), 큰 녀석은 미소라멘,  작은 녀석은 어린이 카레세트 (아이스크림과 70년대나 볼 수 있는 군것질 거리 포함), 밥을 먹어야 하는 아내는 카레를 시켰다. 아내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을 시켜주었어야만 했는데, 일본에 와서 라멘을 못먹어보는 것은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라…  

후라노 정직촌의 라멘 세트

정신없이 먹은 후에 (너무 배가 고팠었다!) 한 밤중의 후라노 스키장 언덕길을 따라 내려갔다. 목표는 컴비니! (편의점을 일본에서는 컴비니로 부른다) 아이들이 없다면 이자카야라도 찾아야 하겠지만 그럴 상황은 못되고 해서 컴비니에서 먹을 것을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와서 조촐하게 마지막 밤을  보내기로 했다. 아이들이 고른 것은 호빵(초코호팡과 팥호빵)인데, 유후인에서의 추억을 다시 생각나게끔 한다. (유후인에서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돌아다녀서 후쿠오카로  돌아오는 길에 호빵으로 배고품을 달랬던 추억이 있다. 이 녀석들은 기억이나 할까?)  

나는 드디어 삿포로 맥주(한정판!)와 매운 어포를 사서 호텔로 올라 갔다. 눈 안 가득히 들어오는 별빛과 이국적인 숙소들이 나란히 선 길을 천천히 걸으며 마지막 밤을 아쉬워 했다. 어렵게 온 여행이기에 시간이 가는 것이 너무 아쉽고, 다 써버린 마일리지 탓에  언제 또 여행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아쉬운 마음에 시간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런 모든 것들을 너무나 뜨거운 공중욕탕(광명석 온천으로 준천연 온천이라고  잘란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피로를 풀며 긴장과 흥분의 하루를 마무리 했다.    

오늘 여행기는 꿈꾸는 기분을 썼습니다. 오타루 여행기를 쓸 때는 짜증과 함께 썼는데 후라노는 꿈과 같은 장소라는 느낌입니다. 여유와 부드러움, 기대와 작은 흥분, 나무색,  돌색, 꽃빛 모두가 조화로웠던 장소였던 것 같습니다.  또 이런 여유를 느낄 수 있을지….  

저는 도시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한국에 살 때는 주기적으로 명동이나 강남을 나가줘야 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나이를  먹었는지 기억에 남고 기분을 좋게 해주는 장소는 후라노와 같은 자연이 있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자연이 좋은 밴쿠버에 살고 있나봅니다. 그래도 지금도 명동이나 홍대 같은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답니다!)

드디어 여행의 마지막을 써 내려가게 됩니다. 마지막 날 여행기에서 만나요!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