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 아빠의 반성문으로 쓰는 홋카이도 여행기 9
홋카이도 여행, 나쁜 아빠 후라노에서 렌터카를 운전하다!
조잔케이-삿포로-후라노 이동
까마귀 소리가 귓전을 때려 잠에서 께어 났다. 5 시가 조금 지났을 뿐인데 날이 밝다. 홋카이도가 우리나라 동북쪽에 있기 때문에 해가 일찍 뜨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름철 북쪽이라 그런지 해지는 시간은 우리와 비슷했다. 그래서 6 월이 기상을 고려해서는 여행의 최적기라 하는가 보다. 그래도 라벤다를 고려한다면 7 월이 좋지 않을까? 이번 여행으로 회사를 2일 휴가 냈지만 여름 휴가는 또 받을 수 있으니 또 한번의 여행(국내라도)을 계획할 수 있어 좋다.
창밖을 확인한다. 날은 어제 보다 많이 맑아 있지만, 비가 조금씩 내린다. 오늘은 그쳐야 할 텐데… 오전까지만 오고 그쳐준다면 오후부터 후라노-비에이 여행이 순조로울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일찍 서둘렀다. 조금 덜 자더라도 오전에 후라노까지 이동이라 버스에서 충분히 잘 수 있다. 역시 온천을 한번 즐겨주고 아이들을 깨우고 짐을 싼다. 낡았지만 2일을 먹여주고 재워준 호텔이다. 죽기 전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생각하니 서글퍼진다. 기회만 된다면 아내와 함께 90 일간 일본 일주를 하고 싶다.
이제 아빠의 성격을 다 파악한 아이들은 별 불평없이 계획에 따라 준다. 7시 30분쯤 식사를 마치고, 8시 24분 버스를 타고 출발하려 했지만, 너무나 순조롭게 따라준 덕에 7시 51분 차를 탈 수 있었다. 1 시간 20 분을 고려하면 후라행 9시 20분 버스를 기대해 볼 수도 있고, 어렵다면 10 20분 것을 타기로 하고, 그 사이 3 Coins 에서 큰 녀석이 조르던 선글라스도 사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개인적을 세상에서 가장 아까운 것이 시간 그 다음이 돈인 것 같다.)
이제 비도 그쳐 마음도 상쾌하다. 비가 갠 산골 마을은 원래도 깨끗했던 모습(SD 급)을 더 깨끗하게 보여주고 있었다.(HD 급) 흐린 날의 시야는 눈부신 햇빛 밑의 시야보다 훨씬 더 멀리 볼 수가 있다.
버스를 타고 터벅터벅(?) 내려가는 동안 걱정이 생겼다. 동전 또는 1000 엔 권이 없고 5000엔과 10000엔귄만 지갑에 있었다. 운전석 옆의 거스름돈 기계는 1000엔만 바꿀 수 있고…난감했다. 어제 저녁 라멘을 먹을 걸하고 후회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 돈을 들이밀어 볼까? 사정을 이야기 하고 양해를 구할까? 준비성 없다고 나라 망신을 시키는 것은 아닐까? 종점까지 가니, 밖에 나가서 바꿔서라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마침내 삿포로 터미널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다 내리고 맨 뒤에 서서 5000엔권을 내밀었더니 기사 아저씨가 직접 잔돈으로 바꿔 주신다. 순간 긴장을 풀렸지만… 아저씨가 돈이 없었거나 중간에 내렸으면 어쩔 뻔 했나 하고 생각했다. 잔돈은 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시내버스 타고 10000원권을 내밀면 어떻게 되지?)
행운도 따라줬다. 9 시 10 분에 도착하니 조금만 뛰면 1 시간을 벌 수 있다. 길을 건너고, 표를 자판기에서 사고 가까스로 버스에 올라 탔다. (전 왜 맨날 뛰죠? 여행기를 다시 정리해도 저의 조급한 성격이 많이 보이네요) 자리가 없어 아내와 떨어져 앉았지만 1시간이면 굉장히 귀중한 시간이다. 일찍 문을 닫는 관광지를 생각하면 낮 시간의 1시간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첫날 아사히카와로부터 온 고속도로를 다시 타고 온 길을 돌아가다가 중간에 국도로 내려 온다. 정말 시골같은 마을(터미널)을 몇 개를 지나 후라로로 향해 간다. 도중에 비가 다시 오기 시작하니 마음은 …. (걱정 많은 아빠!)
시골 마을은 정말 강원도 산골 마을 같다. 이전에 속초에서 정선을 통해 올 때 거쳤던 마을처럼, 조용하고 고즈넉 하다. 사람도 별로 없고 집들도 많이 없었다. 그렇지만 군데군데 집들이 조립식 주택처럼 생기고 단색 페인트 칠한 집들이 몇 채씩 눈에 띄었다. 마치 누군가가 선동하여 만든 작품인 것 같다. 그렇지만 모양은 제각각이니 맞춤 주택도 아니고….이런 특이한 구경을 하면서 후라노 지역에 들어섰다.
후라노에서 렌터카 빌리기
후라노에 들어서면 거대한(?) 강줄기가 보인다. 깨끗하고(또 강원도처럼), 맑고, 카메라가 절로 향하는 풍경이다. 또 이 강을 따라 골프장이 늘어서 있다. 일본은 1억 2천만 인구지만 사람이 많다고 생각이 든 적은 별로 없다. 이렇게 한가롭고 여유있는 곳들이 많으니. (바보, 신주쿠를 생각해도 이런 말이 나오나!)
녹지와 기차길이 지나 후라노시로 들어섰다. 큼직한 창고, 낮은 집들이 또 다른 풍결을 만든다. 나중에 높은 곳에서 보니 후라노가 분지인 것을 알았다. 동붂쪽에는 대설산(다이세츠산) 자리를 잡고 있는 넓은 평지로 된 분지… 이것이 후라노에 대한 모습이다.
후라노역 앞에 내리니 다시 비가 온다. 기대는 저버렸지만 하나님이 아닌 이상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역 옆의 관광센타에서 정보지를 모은다. 내 목적은 맛있는 집이 였는데, 특별한 것은 별로 없고,카레집 광고만 왜 이리 많은 지, 우리는 이미 먹었는데.
1시 30분 렌터카를 예약했기에 역 구경을 들어간다. 거기서 발견한 것은 우동집! 어제 삿포로역에서 오타루행 기차를 기다릴 때, 플랫폼안의 우동집을 보고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대전역에서 가락국수의 추억을 이야기로만 들었는데, 그 짧은 시간의 우동 맛은 정말 좋았을 것 같았다. 게다가 바이킹, 카레, 초밥, 도시락으로 끼니를 채웠으니, 뱃속에서는 따뜻한 국물을 간절히 원했다. 아이들에게 우동과 소바 중 마음 껏 고르라고 하고 필요하면 오니기리(주먹밥)도 사주겠다고 했다. 그래야 얼마 안되니 점심 값으로는 이익이다. (쫀쫀하신…)
나는 튀김 소바, 아내와 늘 배고픈 큰 녀석은 기호에 맞는 우동을 먹었고, 언제나 밥 먹는 것이 싫은 작은 녀석은 엄마 것을 뺏어 먹었다. 일본에 오면 늘 라멘, 소바를 먹고 싶어진다. 그 맛은 … 하여간 좋다. 단지, 면발이 우동과 달리 뚝뚝 끊어지는 것을 고려해야만 한다. 큰 녀석에게 오니기리를 더 먹으라니 옥수수를 먹겠단다. 삶아져서 비닐에 진공 포장된 옥수수는 근처 관광지를 가면 늘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맛은 오도리공원의 구운 옥수수에 비하랴!
이제 긴장을 하고 역 바로 옆의 토요타 랜트카로 갔다. 친절한 남자직원이 내 예약을 확인하고 여권과 국제운전면허증을 달라고 한다. 차가 없으면 꼼짝도 못하는 미국에서도 안써먹던 면허증을 대중교통이 가장 잘 되어 있는 일본에서 써먹다니… 아이러니 하다. 그리고 나서 나를 옆에 있는 여직원에게 넘긴다. 그리고 들은 소리는 유창한 영어! 순간 깜짝 놀랐다!
갑자기 혀굴리는 영어가 들어오니 머리속이 복잡해 졌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 니혼고데 하나시테 구다사이!” 라고 외치는 순간 바로 후회하기 시작했다. 나의 외국어 뇌는 희안하다. 일어가 들어 오면 영어가가 나가고 영단어가 들리면 일단어는 줄행랑을 친다. 작년에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그나마 잘 하지도 못하던 영어 실력이 줄어, 올해 초에 출장에서 이런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즉, 듣기는 영어(일어 기초 단어 밖에 모르니), 말하기는 일본어(어순이 똑같으니)가 편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기묘한 현상이 있었으니.. (그렇다고 둘 다 수준에 도달한 것은 전혀 아니다!) 진땀을 내며 반은 알아먹고 반은 아는 척하며 긴 설명을 들었다. 내용은 아마 사고 발생 시 본인 처리와 랜트사 직원 처리의 경우 비용의 발생에 대한 설명이었던 것 같다. 스스로도 당황한 모습으로 냉방잘된 방에서 땀을 뻘뻘흘리고 있었으니…다시 영어로 해 달래기도 뭐하고, 하옇든 끝났다.
미리 알았던 대로 기스체크하고 차를 받았다. Vitz! 작은 녀석이 무슨 차를 탈거냐고 해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차 라고 미리 앞가림을 해 놓았는데 차에 타고 보니 넉넉하다는 느낌이다. 작은 녀석은 폭스바겐 보다 크다고 작지 않다고 계속 중얼거리는 가운데 깜밖이 대신 외이퍼를 한번 흔들어 주시고 출발을 했다. (알다시피 일보은 운전 방향도 차 내의 버튼도 모두 반대이다!)
나쁜 아빠의 일본 운전과 내비게이션 적응기
맵 코드에서 치즈공방을 찾아 목적지를 설정하고 도요타 랜트카를 나오자 마자 가볍게 중앙선 침범하고 (큰 녀석이 놀라 가르쳐 주었다.) 카나비(일본에서는 내비게이션은 이렇게 부른다.)에 따라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차가 없고 속도가 50키로 정도로 제한되어있어 운전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다음날 주차장에서 나올 때 이번과 비슷한 실수를 한 차례 더한 것 외에는 실수는 전혀 없었다.
맵 코드(Map Code)는 지도와 함께 A4지에 코드가 적혀있는 것이다. 주변 관광지의 코드가 담긴 표에서 코드만 설정해 주면 웬만한 곳을 다 갈 수 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까지 있고 비에이의 전망대와 공방, 공원이나 라벤다 농장 등이 거의 나와 있다. 전화번호를 따로 가져가지 않아도 되고, 전망대같이 전화번호가 없는 곳도 있어서 모르는 일어를 찾아 눌러 대지 않고 찾을 수 있으니 좋았다. 단 맵 코드가 영어로 되어 있어서 천천히 읽어 보아야 장소를 알 수 있었으니 다음에 가면 일어판으로 달라고 해야 겠다. (이건 일본어가 읽기 편할 것 같다. 국립중앙박물관을 그대로 영어로 써 놓으면 더 어러운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오히려 문제는 내비게이션이다. 늘 머리에 지도를 넣고 운전하다가 딱딱한 기계의 명령에 따라하려니 정말 운전할 맛이 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언제 돌아야 할 지를 생각보다 갑자기 나와 지나쳐 버렸다. 이것도 700m, 300m, 곧 등으로 익숙해 지니 마모나쿠(곧)만 나오면 깜빡이를 켜고 커브를 준비하면 익숙해 진다. 또, 하나는 목적지 근처만 오면 카나비 녀석(목소리가 여자인데 욕할 수는 없고)이 다 왔다고 끝내 버리는 것이다. 나는 주차장까지 다 안내해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종료되어 버리니, 그래서 치즈공방에서는 앞건물 주차장으로 들어갔었고 와인공방에서는 지나쳐 와인하우스를 들려왔고, 다음날 비에이의 크리스마스트리에서는 길도 없는 계곡에 차를 멈춰야만 했다! (그 당시 내비게이션을 처음 사요하는 것이라, 저는 한국에서는 내비를 사용한 적이 없어요)
아이들이 내비를 보니 신기했나 보다. 나도 처음에 진땀 흘려가며 운전을 했는데 금방 익숙해졌다. 단지, 중앙선 침범 시 무지 X 팔리기 (사실은 가장 큰 사고가 날 수 있으므로) 때문에 좌회전, 우회전 할 경우 많은 신경을 쓰인다. 그래서, 만든 방법은 미기(우회전)인 경우는 멀리, 히다리(좌회전)인 경우는 가까이라고 외치며 회전한다.이번 경우는 작은 놈이 조수석에 앉아서 이것을 노래로 만들어 불렀다. 내비에서 미기라는 말이 나오면 알고 있는 음정에 “멀리, 멀리, 멀리” 라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덕분에 혼동 없이 운전했는데, 가끔은 자기 흥에 겨워 아무때나 부르는 것이 흠이였다고 할까?
후라노와 비에이는 렌트카로 여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차도 많지 않아 전혀 두려워 할 필요도 없어요. 우리나라와 방향이 반대만 아니었으면, 아내에게 도로 주행 연습이라도 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바로 운전을 했는데 아는 길을 운전하니 금방 돌아오더라구요. 일본에서는 규 정속도 지켜주시고, 멈춤 표시가 있는 데서는 반드시 멈췄다 출발하시기를 바랍니다.
드디어 후라노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약 24시간 정도의 시간 안에 후라노와 비에이를 여행하려니 랜트를 했다하더라도 충분한 여행은 어렵웠습니다. 개인취향에 따라 비슷한 코스 한 곳을 보고 라벤다 한번 봐준다면 그리 오래 걸릴 곳이 아닐 수도 있지만, 경치 구경 좋아하고, 견학 좋아하고, 체험 활동 등을 하고 싶다면 제 경우에는 3박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정말 좋은 여행지입니다.
4박 5일의 여행을 홋카이도의 중심부만 이동 시간을 최대로 줄여서 여행을 했는데도 이렇게 아쉬운 점이 많이 남습니다. 정말 한 달 정도를 홋카이도에 와서 쉬엄쉬엄 자세히 들여다보고 생활하며 하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다시 꼭 한번 방문하고 싶은 장소인데… 언제나 다시 갈 수 있을까요? (결국은 다시 못가고 캐나다에 왔습니다.아내도 여러 번 일본 여행을 했지만 홋카이도는 다시 꼭 가고 싶은 곳이라 하더라구요)
후라노와 비에이의 여행 코스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 후라노역(토요타 랜트카) – 후라노치즈공방 – 후라노와인공장/와인하우스-팜도미타- 비에이 파노라마 코스 중 전망대중심- 히노데 공원 – 후라노 1 박(북성장) 신프린스 호텔 (닝쿠스테라스, 개장전이라 못봄, 로프웨이) – 플라워랜드 – 비에이 오쿠 코스 (켄과 메리 나무 등) – 공항(반납)
- 가고 싶었지만 못간 곳 : 시로가네 온천, 도케치다케 온천등 다이세츠산 근처 온천과 전망대), 앙팡맨 샵, 로쿠코, 비바우시 소학교… 기타 야외 체험이나 스키를 계절에 맞게….
대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왔습니다. 오늘은 이동과 일본에서의 운전이 대부분이네요. 생각보다 일본 운전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음 글에 후라노와 비에이 실제적인 여행을 보실 수 있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