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여행 이야기 (아날로그 여행)

나쁜 아빠의 반성문으로 쓰는 홋카이도 여행기 6

홋카이도 여행기 그 여섯 번째 – 드디어 일본 온천 마을이 등장합니다.

버스 안에서 1 간의 숙면을 취한 후 무사히 죠잔케이 호텔에 도착! 버스가 도착할 때 , 호텔  직원들이 양쪽으로 줄지어 우리를 맞이한다. 승객은 전부 할머니 그리고 가끔 할아버지, 아내는 많은 할머니들과 온천을 할 것이다.  

이제 다음 일정이 없으니 마음 느긋하게 ( 셔틀버스를 타는데 혼쭐이 나서…) 맨 마지막으로  체크인을 한다. 호텔에서 작은 녀석을 위한 유카다는 따로 준비해 준다. 우리 짐을 들어 (바퀴도 달렸는데?) 방까지  안내해 준다. 아직 일본에서 팁을 준 적은 없는데… 이 분께도 서비스 비용 포함이라고 역시 팁을 주지 않았다.  (나빠~~~) 

죠간케이 호텔

2박을 할 방에 들어갔다. 다다미 10장 짜리, 전실이 있고 화장실(비데 없음), 욕조 없고, (이래서 싸게…) 그래도 베란다가 있어서 창밖에 시내가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세히 보면  반대쪽 호텔의 온천에 다니는 사람도 실루엣으로 볼 수 있었다. 마을은 큐슈의 쿠로가와 온천마을과 비슷하고 료칸대신 덩치 큰 호텔이 들어와 있다고  보면 된다.  죠잔케이 호텔은 많이 낡았는데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애쓴 느낌이 든다.    

 죠잔케이 온천 관광 안내 사이트 :  https://https://jozankei.jp/kr/jozankei.jp/kr/


여기서 잠깐 여행의 동기가 된 큰아들 녀석(6학년)과의 대화를 다시 정리해 본다.  우리는 그 때 제부도 바닷가 산책길을 걷고 있었다.  

(착한 아들과 나쁜 아빠의 대화이다.)  

 아들 : (당연한 듯)아빠 올백 맞았으니 노트북 사줘요. (설마하고 약속했었다.)  아빠 : 그래, 사줘야지. 한 150 만원쯤 들겠는데.. 좀 비싸네!  

 (살짝 눈치를 보며..) 이 돈이면 우리 식구 해외 여행도 가겠는데..  아들 : 그래도 사주신다고 했잖아요.  

아빠 : (결연한 모습으로) 약속이니가 지켜야지! (부드럽게) 그런데 지금 노트북이   필요할까? 대학교 때나 필요할 것 같은데 그때 되면 지금 산 노크북은 고물일텐데…  

아들 : 그러면 노트북 말고 PS3? (1 단계 통과 ㅎㅎ)  

아빠 : 게임기 사준다면 엄마한테 아빠 혼나지 않을까? (2 단계 시도!)  아들 : (고민하다) 그럼 여행갈까?  

아빠 :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그렇지만 전혀 흐트러지지 않고) 어디로 갈까?  아들 : 어디든 괜찮아요. (착한 놈)  

아빠 : 다른 데는 비싸고 일본은 어때? (3 단계)  

아들 : 또 일본? (잠깐 생각하더니.) 거기도 괜찮아요.  

아빠 : 일본 가면 뭘 하고 싶은데…  (너를 위하는 아빠 마음을 전한다. 정말 너를 위해 가는 거다)

아들 : 온천, 그 옷도 입고 싶고.. (뜻밖이었지만 유카다를 말하는 것이다.)   

2 년전 여름 큐슈 배낭 여행을 아이들을 맡겨 놓고 부부만 갔었다.  그 때도 유도 심문으로 여름에 더운데 아빠랑 여행 갈래? 굉장히 힘들거야! 라고  설득하고 둘만 갔었다. (또 언제 베낭여행을 가겠느냐가 여행의 이유였다.) 아들은 그 때 찍은  사진중 유후인 마키노바이에에서 유카다를 입고 시진 찍은 것을 보고 말은 안했지만  가고 싶었나 보다.  

아빠 : 놀이동산 같은 것은 싫어 하지. (도쿄나 오사카를 제외하기 위해) 

아들 : (큰 놈은 놀이기구를 싫어한다.)응, 그리고 회전 초밥 먹고…   (이쯤이야~~~~ 성공!)  

아빠 : 그래 그렇게 하자. 엄마에게 노트북 대신 여행 가자고 이야기하자!   (엄마한테는 절대로 너와의 약속 때문에 가는 것이야!)  

큰 아들은 이렇게, 작은 아들은 비행기를 테워 준다고, 그리고 아내에게는 회사 생활이  힘들어서 그만 두고 싶다고 ~~~이렇게 얻어낸 여행이다. (사실이었다. 15 년  직장을 사요나라 할 뻔 했다!)  

따라서, 나는 아들과의 약속대로 온천과 유카다, 그리고 회전 초밥이 여행의 중요한 목적이  되었다.  


죠잔케이는 유후인 보다는 쿠로카와 쪽에 가깝다. 단지 전통 료칸 대신에 큼지막하고  멋없는 온천 호텔들이 들어서 있고, 갓파를 마스코트로 산책로, 공원, 족탕 등이 있어  좀 더 상업적인 냄새가 난다. 그래도 카페, 상점, 미술관이 있는 유후인과는 거리가 멀다. 대도시에 속해 있어서 이런 모습이리라 생각한다. (죠잔케이는 삿포로시 남구에 속해있다. 그런데 교통비는 오타루보다 비싸다!)    

죠잔케이 호텔 웰컵 차와 과자
죠잔케이 호텔 웰컴 차와 과자, 료칸에서는 이렇게 차와 과자 또는 떡 등을 내어준다

2 박을 예약했기에 여유가 있다. 천천히 차와 과자를 챙겨 먹고, 짐은 그대로 방치한 채  카메라만 챙겨 밖으로 나온다. 오는 길에 본 죠잔케이는 호텔에만 있기에는 너무 예쁜  장소였다. 그 와중에도 작은 녀석은 금고를 가지고 장난을 친다. 그리고 형과 함께 사용법을 알아  내어 그 속에 엄마 지갑과 기타 물건들을 넣는다.    

프론트에서 지도를 달라고 하니 한글 지도를 찾아 준다. 무료 족탕, 손 씻는 온천 등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이것 한장만 있으면 죠잔케이 마을 산책은 OK!  호텔 앞에는 오미야게 가게와 작은 소바 식당이 있다. 다른 가게들이 거의 없고, 길은  차도가 아닌 작은 돌로 만들어 놓아 찻길이 아닌 산책길인 것을 알려주는 것같다.  (이길에는 삿포로 시내 버스가 다니는 길이다. 호텔까지는 유노마치 정거장에서 1 분이  안걸린다)  

냇가를 가로지르는 큰 다리를 건너면 원천 공원이 있다. 원천 공원의 작은 나무문  안으로 들어가면 왼쪽에는 화장실, 앞에는 가로로 길게 무료 족탕이 있고 오른쪽에는  죠잔케이 온천을 발견했다는 스님을 본 딴 것 같은 흉상과 미인탕이라는 조그만  물줄기가 있다. 안내문을 보니 아침 6 시에 이 곳에 모여 가이드를 동반한 산책이 준비  되어 있다.(200 엔)  

죠잔케이 산책 무료 족탕
죠잔케이 산책  중 무료 족탕, 빨갛게 층이 생길 정도로 뜨거워요1

자그마한 공원이라 둘러 볼 필요도 없이 다리를 걷고 족탕을 즐기려고 했다. 이미  일본인 한쌍이 즐기고 사이좋게 즐기고 있다.  이런 물이 너무 뜨거워 담글 수 없다. 옆 사람이 편안한 것을 보고 이 정도로 뜨거울 것이라 생각하지는 안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족탕에 있던 일본 분의 다리는 새빨갛게 층이 져있다. 속았다!  우리는 오래 참기 시합을 하듯 족탕에 담갔다 꺼냈다를 반복하며 놀고 있었다. 새로운  한 쌍이 우리를 보고 똑같이 속았다. 그래봐야 즐거운 일인데.. 여기까지 와서 족탕은 꼭 해야지!

  캇파 쿠와 여름방학을

갓파 (그때 상영한 캇파 쿠와 여름방학을 애니메이션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상은 지도에도 산책길에도 여기 저기에서 볼 수있다. 마스코트 치고는 흉하게  생겼다고 생각하는데 만들어 놓은 상들이 정말 제 각각이라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그래머러스한 여자 갓파나 요상한 포즈의 갓파(누군가 중요 부위에 돌이 올려  놓았다.)도 있고 머리에 온천수를 부으면 입으로 뿜어내는 것도 있다.  (대문 사진에 있는 갓파입니다.!)  

죠잔케이 마을 산책은 이번 여행중 가장 여유롭고 즐거운 시간이였다. 산 너머로  떨어지는 해를 배경으로 예쁜 돌길을 걷다가, 만나는 족탕 마다 한번씩 들려 사진 찍고, 냇가, 다리, 나무, 꽃…. 무엇보다고 다리 밑에서 발견한 놀이터(분명 마을 놀이터인데) 였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긴 미끄럼틀(높지는 않고 길기만 하다.) 또 유격장에서 볼 수 있는 짚라인(?) ,이것도 상당히 길었다.  아이들은 이 놀이기구만 여러번 타면서 또 하나의 여행의 즐거움을 찼았다.  조급성있는 아빠지만 이후 일정이 없으니 즐거울 뿐이다. 연신 셔터만 눌러댄다.  아내가 나보고 한번 타보라 했지만 내가 타면 줄이 끊어진다고 극구 사양을 한다.  (쇠줄이라 두명이 매달려도 절대… 웃기는 아빠)  

산책길은 2코스가 있고 우리처럼 다니면 한 코스에 1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다. (족탕 마다 들어간다거나 놀이터에서 놀거나…)  차가 많이 다니는 큰 길(?)로 나가면 우체국, 편의점, 징기스칸 식당(무지  저렴했는데 죠잔케이에 서는 이미 호텔 뷔페을 예약해 놓아서 가지 못했다.) 라멘집,  그리고 큰 온천 호텔들이 있다. 족탕이나 온천은 24 시간이 아니라 개,폐장 시간이 있으므로. 너무 늦은 시간에  산책은 권하지 않는다.  

호텔에는  11시까지 영업하는 슈퍼가 있다. 군것질 거리나 맥주, 컵라면이 가능하고 자판기 보다는 맥주를 싸게 살 수 있다.  라멘집은  12시까지 영업하며, 700엔부터 메뉴가 있다. 욕장 입구에는 맛사지 코너와 안마의자가 있고 프론트 앞에는 오미야게(선물) 가게와  택배 접수를 받는 곳도 있다. 지하에는 오락실과 탁구장이 있는데 누가 과연  이용할까? 하기야 이전에 명탐정 코난을 보는데 온전장에서 탁구시합을 하더만…   기타 식당 등이 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2층의 대형 식당만 운영했다. 죠잔케이 호텔은 마치 경주에 오래된 호텔 느낌이다. 시설이 낡았다고 미리 생각하고 가야 한다. 근처 다른 호텔은 외형은 깨끗해 보였는데, 혹시 자란에서 플랜을  찻을 때 고려하시길..  

생각보다 길었던 산책에서 돌아온 후, 아이들이 온천에 가자는 것을 과감히 뭉게고 저녁 바이킹(뷔페)로 고고! 바이킹은 나 같은 사람에게 좋다. 머리 속으로 음식값을 계산할 필요없이 마음껏 먹어도 되니 먹는 동안 머리  굴릴 필요가 없다. 1800 엔을 추가하면 스테이크, 스시, 게, 메론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데, 기본 음식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기에 추가는 하지 않았다.(나쁜 아빠).  해산물을 싫어하는 큰 녀석도, 좋아하는 작은 녀석도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을 만큼  메뉴도 다양했다. 홋카이도에서 게를 못 먹는 것이 아쉬웠는데 게로 만든 요리가 있어 작은 녀석이 실컷  먹을 수 있었다.  

 유카다는 대중소가 있고 아동용도 있다. 비즈니스 호텔에서 주는 것보다 고급스러웠다.  진한 녹색에 흰색의 무늬 그리고 그 위에 갈색의 조끼를 입는다. 조끼는 입으니 좀 더 차려  입은 것 같고 주머니가 있어 열쇠나 지갑 등을 넣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시 로비로 나가서 밤의 온천 마을을 걷기로 했다. 외출용 슬리퍼를 비치해 놓았는데  게다처럼 생겨서 멀리서 보면 정말로 운치가 난다. 작은 녀석 발이 220mm 라 어른  것은 크고 어린이 것은 작다.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로 지탱하는 게다가  불편하다고 투정 부려 큰 녀석과 둘만 외출했다.  노란색 가로등을 받으며 다리를 건너 원천 공원으로 가니 족탕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앉아있다. 여름 밤 동네 마실 나온 느낌이 들었다. 여행에서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다.  (한국에서 누릴 수 없는….)  

죠잔케이 호텔의 전시

이제는 온천시간, 아쉽게도 남탕은 중욕장이었다. 기분 좋게 씻고 내부 탕을 돌아가며  온천을 즐긴다. 따뜻한 물속에 들어가니 모든 피로가 물에 풀려 흘러가는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쿠로카와나 유후인처럼 일본 온천 느낌이 아닌 대중탕 느낌이었다. 타일이 있고 창문이  있고…온천은 쿠로카와의 야마미쯔키가 최고의 환경이었다. 노천탕 옆으로 냇물도 흐르고.

풀이 있는 대욕탕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11시에 나혼자 대욕장을 갔다. 내부 시설이 궁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모두 잠이 든 시간에 여행 자료를 챙겨 로비로 내려와 죠잔케이의 밤을 맞으며 내일 일정을  확인한다. 이렇게 시간을 보낸 후 대욕장이 남탕으로 바뀌자 마자 들어간다. 역시 넓다.  최고의 넓이라 하더니.  그러나 눈에 걸리는 것은 타일… 좁아도 타일만 아니면 좋을 것 같다. 노천 온천으로  나가는데 밖이 휑하다. 반정도를 나무 울타리로 가렸는데 아무래도 다 가리지는 못할  것 같다. 양쪽 사이드로 계곡 너머와 다른 온천 호텔 불빛이 너무나 잘 보인다. 하기야 일본은 혼탕도 있는데 이 정도면 괜찮은 것인가? 

조잔케이 호텔 정면 

죠잔케이 호텔의 온천은 대욕장과 중욕장으로 나뉘며, 시간대 별로 남탕 여탕이 바뀐다. (특이한  시스템이다.) 오전 5시, 8시, 11시, 오후 5시, 8시,11시, 이런 시간에 남녀가  바뀐다. 24시간 개방이라 아저씨들이 들어와서 시시때때로 청소를 하거나 물을 간다.  변경되기 15분전에 알려준다고 하니 온천을 즐기다가 아줌마를 만나는 경우는 없을  것 같다. 시설은 동네 오래된 목욕탕을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 않다. 입구를 들어가면  나무로 만든 옷을 넣는 곳과 열쇠가 있는 락카가 있다. 대게는 유카다 차림으로 수건만  달랑 들고 가니 열쇠는 필요 없지만 혹시 귀중품이 있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중욕장은 대여섯 개의 탕으로 나눠있고, 노천 온천은 오히려 대욕장보다는 크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지만 사람이 많을 경우는 좀 짜증이 날 것 같다. 대욕장은 최대  규모라고 하는데 크기는 크다. 우리가 거의 사람이 없을 때 가서 그런지 썰렁하다는  생각이 든다. 돌로 만든 미끄럼틀과 제법 길이가 긴 풀장이 아이들을 위해 준비 되어  있었고, 탕 중에 원천탕이 있는데, 이 탕은 원천 자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 같다.   대욕장의 온천탕에서는 계곡 반대편의 호텔이 아주 잘 보인다. (즉, 반대로  생각하면 무방비..) 탕내에는 샴푸와 바디샴푸, 그리고 특별 서비스로 스크럽 젤도  가끔있다, 가져가지 못하게 묶어 놓았다. 탈의실의 최고는 체중계였다. 우리 어릴 적 즉  70년대에나 봤던 추를 올려놓는 아날로그식 저울이 있었다.  (그런데 그 체중계를 밴쿠버에서도 봤어요!) 한국의 시골 목욕탕을 못가봤지만 이 정도면 ‘그때를 아십니까’에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물대신 시원한 냉차가 준비 되어 있는데 맛있었다. 다른 곳에 관광을 갈 때 한 병  담아가면 좋을 것 같았다.  

18년 전에 쓴 여행기인데도 다시 정리하다 보니 그 때의 생각이 많이 납니다. 사진을 고를 때, 이런 사진도 좀 찍어 놓을 걸 하고 후회도 하고… 지금은 옛 것이 되어 버린 디지탈 카메라의 사진에 다른 정겨움도 있는 것 같아 좋습니다.

다음은 3일차 여행기가 시작됩니다. 함께 가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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